
함께 일한다는 것의 온도
요즘 문득,
일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맡은 일은 따로 있는데,
자꾸만 그 경계를 넘게 되는 날들이 있었다.
설명이 필요해 보여서,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조금 더 나아가 도와주게 되는 순간들.
그 마음은 자연스러웠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땐,
한 장의 장표가 더 큰 이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문서를 만들고,
파일럿 테스트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데이터 구성이나 GAP 분석까지 미리 살펴보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작은 정리들이
한 사람, 두 사람에게 닿고
회의실 안의 공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걸 느낀다.
그건 분명,
누군가에게 필요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런 역할은
어느새 ‘나의 일’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해를 돕는 일을 하다가
설계와 운영을 넘나들고,
정리를 하다가 기획까지 도달하게 되는 순간.
그때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 방식은 나에게 지속 가능한가?”
도움을 주는 일이
당연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고마움이 무뎌지는 순간이 아니라,
관계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면
언젠가는 그 무게가 나를 눌러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선을 그어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만큼만.
그게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한
내 나름의 방식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협업은,
서로가 조금씩 손을 내미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서로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 따뜻한 온도를
지켜가고 싶다.
일은 관계로 완성된다. 그 관계는, 균형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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